토지문제는 한국교회 사명(대천덕, 목회와 신학 2002년 6월)
출처 : <목회와 신학> http://www.durano.com/moksin/newmoksin/200206/m_b1.asp
화보 특별초대석 : 예수원 설립자인 대천덕(R. A. Torrey Ⅲ) 신부
성숙에 주목할 때입니다
- 진행 : 이봉춘/ 사진 : 정화영
중국 산동성 제남에서 태어났으며(1918), 미국 데이비슨 대학과 프린스턴 신학교에서 공부했다. 1957년에 한국에 온 그는 성 미가엘 신학원을 건립했으며, 1965년에는 강원도 태백에 예수원을 세웠다. 저서로는 「산골짜기에서 온 편지」, 「신학과 사회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 등 다수가 있으며, 현재 예수원에 머물면서 강연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강의 차 서울에 온 그를 지난 5월 1일에 은혜교회(전경호 목사)에서 만나 한국교회를 위한 도움의 말을 들어보았다.
Q: 지금까지 지내오시면서 한국교회에 대한 다양한 모습들을 보시고 또 경험하셨을 것으로 압니다. 특히 최근에 한국교회의 현실을 보면서 우리가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말씀해 주시지요.
대천덕 신부: 한국교회가 지금까지 잘 해왔고, 또 앞으로도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잘 성숙해 갈 것으로 믿습니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기복적이고 미신적인 샤머니즘 정신입니다. 한국사회를 바라볼 때 이러한 샤머니즘이 여전히 지배적인 정신으로 남아 있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너무 뿌리가 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교회 안에서도 발견되고 있는 부분입니다.
샤머니즘의 특징은 자기 자신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달라는 것’에 초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기독교 정신은 이와 정반대입니다. 주는 것이고 섬기는 것이고 십자가를 지는 것입니다. 한국교회 안에는 축복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필요 이상의 많은 힘을 쏟고 있습니다.
때때로 미신과 기독교가 섞여 있는 듯한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나 자신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초점을 맞추면서 기복적이고 미신적인 이 샤머니즘 정신을 한국교회가 극복해 나가야 합니다. 저는 이 문제가 해결되면 다른 것도 많이 해결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그와 같은 기복적이고 미신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샤머니즘 정신인 한국적 정서가 한국교회 안에서 잘 바뀌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대천덕 신부: 우선적으로는 한국에 복음이 전해지던 초기에 선교사들의 모습에서부터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 당시 선교사들이 한국에 들어 올 때 한국적 상황이나 배경, 문화들에 대해 잘 몰랐고 그리고 그것이 그렇게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한국문화를 연구하지 못했고, 또 오해가 있을 것이라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복음을 전하지만 그 정신은 미국적인, 서양적인 것이었습니다.
한국정신과 미국정신이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선교사들이 가르치고 한국사람들이 배우고 하는 과정에서 오해된 부분이 있었습니다. 복음을 한국말뿐만 아니라 한국문화로 번역하는 데 있어서 선교사들은 특별한 관심을 갖지 못했고, 그것의 결과가 현재에 이르러서까지 생기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한국교회가 올바른 성경해석에 대한 열심과 복음에 대한 바른 이해에 있어서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성경 이해에 있어서도 너무 서양적인 것에 치중한 면이 있었고, 그러다 보니 동양문화를 단지 미신적이다라는 전제를 갖고서 그것이 주는 유익함들을 발견하고 적용해 나가지 못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교회 전통에 매여 있고, 또한 과거의 것에 지나치고 무비판적인 수용을 하면서, 교회 안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들에서도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교회에서는 축도를 할 때 고린도후서 13장 13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떤 목회자들은 성령의 교통하심을 성령의 감화감동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그것은 옛날 중국성경에서 나온 말입니다. 100년 전에 사용하던 표현이 전통적으로 내려온 것입니다. 올바른 번역이 아닙니다. 여기서의 교통이라는 의미는 성령의 코이노니아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샤머니즘 정신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한국교회가 성경에 대한 바른 해석과 적용이 이루어지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더욱 더 겸손히 성령 하나님께 의지하면서, 그분과의 올바른 관계를 맺어 가는 것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Q: 복음이 전파된 지 백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샤머니즘 정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한국교회의 현실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부분들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교회가 해야 할 필요한 노력들은 어떤 것들이 있겠습니까?
대천덕 신부: 삶에 대한 태도가 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나의 뜻이 아닌,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는 자세와 훈련이 필요합니다. 기복적이고 미신적인 샤머니즘 정신과 바리새적인 자기 중심적이고 형식적인 틀에서 벗어나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교제를 복음 안에서 해나가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신자가 되는 것은 축복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도리어 십자가를 지고 남에게 축복을 나누어주는 삶이라는 것을 가르쳐야만 합니다.
그리고 너무 경직된 교회 전통에서 좀 자유로울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것들이 오히려 복음을 이해하고, 전파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먼저 성경말씀에 대한 올바른 해석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또 성령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있었으면 합니다. 한국교회 안에는 성령이 많이 무시되어 있거나 한편으로는 외적인 것, 즉 능력에만 치우친 느낌을 받습니다. 균형 잡힌 성령 이해가 필요합니다. 성령과의 바른 관계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복음에 대한 분명한 깨달음과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Q: 신부님께서 현재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나 계획 중에 있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겠어요?
대천덕 신부: 토지문제와 관련된 것들입니다. 이 토지문제는 한국교회 사명 중의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교회가 토지문제에 관심을 갖고 외쳐야 합니다. 교회가 아니면 이 토지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토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경제와 사회 정의에 대한 성경의 기본적인 가르침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지 간에 땅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발을 내딛고 있는 땅을 벗어나서는 일이 되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이 이 땅은 하나님이 만드신 것이고 주인이 하나님이십니다. 인간의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땅을 인간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교회가 땅에 대한 올바른 관점과 제도를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한국교회가 토지에 대한 성경적 원리를 현재 사회에 적용하기 위해 헨리 조지가 주장한 ‘토지가치세제’도 살펴보면서 토지에 대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면 합니다.
Q: 끝으로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바로 감당하기 위해 한국교회와 목회자들께 권면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해주시지요.
대천덕 신부: 마태복음 28장의 마지막 부분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18절 이후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예수께서 나아와 일러 가라사대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 참된 권위, 참된 능력은 하나님으로부터 옵니다. 우리의 능력과 우리의 실력이 권위를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철저히 하나님을 의지하는 마음에서 우리의 시작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권세가 내게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즉 예수님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하늘과 땅의 권세가 우리에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이것을 항상 기억하면서 교회의 사명을 이루어가야 할 것입니다.
모든 족속으로 제자 삼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국교회의 성도가 25퍼센트가 된다고 자랑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 75퍼센트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들을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제자를 삼기 위해 우리에게 있어서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겸손히 살펴보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모든 족속에게 복음을 증거하는 사명을 감당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복음에 대해 잘 가르쳐야 합니다. 샤머니즘 정신이 걸러지지 않은 이상한 가르침이 많습니다. 또한 성경에 나타난 것을 빠진 것이 없이 가르쳐야 합니다. 특히 한국 목회자들은 성숙에 대한 설교를 해야 합니다. 성숙한 그리스도인 되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루며 어떤 과정을 겪는지, 성숙한 그리스도인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분명히 가르쳐야 할 책임이 목회자에게 있습니다. 이것이 한국교회의 특별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 끝날까지 항상 우리와 함께 하실 그 분을 믿으면서 한국교회가 주어진 사명을 잘 감당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Q: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