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랍비의 위대함

유테레사 2016. 5. 6. 21:55

랍비의 위대함

서양의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 동양의 철학자인 공자. 그들만큼이나 업적을 이룬 사람들은 아마 위대한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만큼이나 업적을 이루지는 않았지만, 더 위대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유대인의 정신적 지주인 랍비이다.


랍비은 히브리어로 '교사'라는 뜻으로 토라나 탈무드를 가르치고 유대인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에서부터 큰일에 이르기까지 직접 나서서 주관하는 등 정신적 어른 역할을 한다.


랍비가 하는 일은 참으로 많다. 할례식을 거행할 때에 아기의 몸에 칼을 대고 실로 꿰매는 일, 분쟁이 일어날 때에 신앙적인 기준으로 지혜롭게 해결하는 일, 유대인의 권위를 대변해주는 일이 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아주 작은 일에도 참여한다. 결혼식에서 주례도 서고, 장례식도 치러주어야 한다. 게다가 상점을 열 때도 반드시 랍비를 찾아가 상담을 받아야 한다. 그 상점이 종교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다른 상점과의 관계에서 불편한 일이 생기지 않을 지를 조언해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갈등이 생길때도 마찬가지이다. 유대인에게는 전통적인 신앙 생활 방식과 현대문명 사이에서 갈등하는 일이 많이 생긴다. 그 때에도 랍비를 찾아가 지혜를 구하고 해답을 얻는다. 시나고그(10명 이상의 유대인이 모이는 곳엔 반드시 시나고그를 만들도록 되어 있다. 유대인들은 하루에 세 번씩 시나고그에 가서 머리를 앞뒤로 흔들며 경전인 토라를 읽고 기도를 해야 한다.)를 잘 관리하고 예배 때 설교를 하는 것은 그들의 당연한 임무이다.


그렇다면 랍비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수 시대엔 나이가 지긋하고 인격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존경받을 만한 사람, 성경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이 있어서 어떤 질문이든 척척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이 랍비라는 호칭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이스라엘에서는 일종의 자격증이 있어야만 랍비가 된다. 그 과정은 매우 험난하다. 랍비가 되려면 일반대학의 학사 과정을 기본적으로 거쳐야 한다. 랍비를 교육하는 기관이 대학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랍비 학교에 들어가려면 아주 까다롭고 엄격한 시험을 치러야 한다. 입시 과목을 보면 성경은 물론이고 히브리어, 아랍어, 이스라엘의 역사와 유대문학,  법률학, 심리학, 설교학, 처세철학, 교육학 등을 공부해야 한다. 또 졸업하기 전에는 몇 편의 논문도 제출해야 하며 그동안 공부한 것을 총정리해서 또 다시 최종 시험을 치러야 한다. 오로지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해야 하고 탈무드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탈무드 과목은 일반 교수가 하지 않고 탈무드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하고 인격이 훌륭한 분들이 강의를 한다.


랍비 학교에 입학하면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한다. 100여 명의 학생들이 생활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수도원 생활처럼 엄격한 규율을 지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저녁에 시간이 나면 농구를 하거나 카페나 음식점에 가서 책을 읽기도 하며 비교적 자유롭게 생활한다. 그러나 공부해야 할 양을 생각하면 스스로 책을 들고 책상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4~6년 동안 공부하고 졸업 시험을 치뤄서 랍비로서의 자격을 갖추면 2년 동안 학교에서 요구하는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종군 랍비가 되거나 랍비가 없는 마을에 가서 봉사를 하는 것이다. 종군 랍비는 크게 여섯 가지의 일을 하게 된다. 전쟁 전에 장병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일, 전쟁 윤리를 교육시키는 일, 유대교의 율법을 지키도록 감독하는 일, 유대교의 종교 의식을 거행하는 일, 실종된 병사를 찾는 일, 전사자들의 사후 처리를 맡아서 하는 일이다. 마을로 간 랍비는 시나고그를 관리하고 시나고그에 오는 유대인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설교를 하는 역할을 한다.


그 전에 일정한 절차가 있는데, 시나고그를 만든 다음, 예루살렘의 중앙 랍비 학교에 랍비 초청 신청서를 보내고 학교에선 초보 랍비들 중 지원자를 모집한다. 지원한 초보 랍비가 신청서를 보낸 마을로 찾아가면 그 마을의 어르신들이 면접을 보다. 그 과정에서 마을 어르신이 랍비가 맘에 들지 않으면 다른 랍비를 신청하고 마음에 들면 그 마을에 랍비로 부임하게 되는 것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랍비에 대한 신뢰와 존경은 상상을 초월하다. 어찌보면 법이나 경찰보다도 랍비의 말 한 마디가 더 큰 효력을 발휘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랍비의 의견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낸다. 랍비는 마을의 정신적 기둥이자 어른이고 또 언제든지 찾아가 상담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나 공자도 저들 만큼이나 적극적으로 활동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 랍비의 위대함이 유대인의 위대함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