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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는 팔레스티나와 헬레니즘 문화권 안에서 복음이 어떻게 구어전승으로 전달되어 내려왔는지를 보았다. 이번에는 이 구어전승이 어떤 과정으로 복음서로 기록 정착되는 지를 알아본다. 기록으로 남기까지에는 여러 단계가 있었다.
1. 구전 자료 조각의 채집과 편집
구어전승 기간 중에도 때때로 기록의 필요성은 느껴졌다. 특히 같은 주제에 대하여 여러 다른 표현 양식으로 된 구어전승이 있어 왔기에 이를 종합정리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여러 구전자료 조각을 채집한 것이 최종 기록이 된 것은 아니었다. 또한 이 종합 정리가 체계적으로나 연대순에 맞추어 예수님의 언행을 일관되게 정리하려는 시도도 아니었다. 오히려 어떻게하면 예수님의 언행을 당시 사람들에게 교훈적으로 서술하느냐에 더 주안점을 두었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루가복음 11장 1절에서 13절까지는 5개의 다른 구전 조각자료를 채집하여 편집정리한 것이다.
1. 루가 11장 1절 : 제자들이 예수님께 어떻게 기도하는 것이 좋으냐는 질문기록이다. 즉 주제의 제기이다. 기도하는 법이 주제이다. 제자들이 이 질문을 한 것은 어떤 때 어떤 장소였는데 이 기록은 시간과 장소에는 관심없이 주제만을 뽑아 왔다.
2절 - 4절 : 예수님은 제자들의 질문을 받고 ‘주의 기도’를 해답으로 제시한다.
2. 루가 11장 5절 - 8절 : 이 기록은 다른 데에서 뽑아온 것이다. 따라서 앞절과는 전연 상관없어 보인다. 그 내용은 한밤중에 친구를 찾아 부탁하는 비유의 말씀이다. 그 뜻은 기도는 당장 들어줄 수 없지만 계속 청하면 응답이 있으리라는 것을 비유로 설명한 것이다.
3. 루가 11장 9절 - 10절: 이 귀절도 다른 곳에서 뽑아온 것인데 말씀 내용은 마태오 7:7-8과 같지만 상황은 전연 다르다. 이 귀절은 윗절에서 비유로 설명한 바를 직설법으로 풀이한 것으로 쉬지말고 항구하게 청하라는 뜻이다.
4. 루가 11장 11절- 13절: 이 귀절도 다른 곳에서 뽑아온 것인데 같은 내용의 말씀이 마태오 7:9-11에 나오지만 주의 기도와는 상관없이 마태오에 삽입된 것이다. 이 귀절은 이 주제에 대한 결론 부분인데 자애로우신 아버지는 자녀들의 청을 들어 주신다는 내용이다.
하나의 예로 든 이 루가 복음서의 내용을 분석하고 구조를 살펴보면 내용은 일관되게 되어 있지만 구조상으로는 4개의 다른 이야기를 모아 재편집한 것이다. 이 네가지 다른 이야기는 물론 예수님이 하신 말씀이다. 그러나 이 네가지 말씀은 모두 다 다른 장소, 다른 시기에 하신 말씀을 짜깁기 한 것이다. 특이한 점은 루가 복음서가 이렇게 재구성된 이유는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당시 사람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교리교수법의 원리를 따랐다는 점이다. 문제제기, 해답, 예문 그리고 마지막으로 종합적 결론으로 일관되어 있다. 중요한 점은 이 작업은 루가 복음사가가 직접했는지 아니면 루가 복음사가가 기록하기 전에 루가 공동체의 무명의 다른 여러사람들이 기록하는데 참여했는지에 대하여는 판단키 힘들다는 사실이다.
같은 주제인 주의기도에 대한 마태오 복음서는 루가 복음서라는 다른 맥락을 따랐다. 즉 마태오 6장 5절에서 15절에 이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6절에서 13절까지로 기록을 하고 6장 1절에서 18절 전체가 재구성으로 되어있다. 마태오 복음서도 루가 복음서와 마찬가지로 교리교수법을 따라서 기록되어있다.
결론적으로 복음서가 최종적으로 완성되는 첫단계에서는 구어전승 자료를 모으고 재구성하여 재정리하는 과정이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복음서가 이렇게 자료의 채집과 재구성 단계에서 해당 공동체의 다양한 참여와 기여가 있었으리란 점이다.
2. 복음서 기록이 늦어지게 된 배경
지금까지 본 바에 의하면 기록으로 복음서가 완성되기까지는 오랜 기간과 여러 복잡한 과정을 거쳤음을 알 수 있다. 이 말은 다른 말로 복음서는 단번에 기록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우선 복음서를 이루는 내용들은 오랜기간 말로써 전해져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복음을 받아들인 일세대가 지나고 다음세대가 복음을 접하면서 말로써 전해진 내용들이 종합되어 기록으로 남길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복음서가 완성되기 까지에는 대략 40년이 걸린 것이다. 그렇다면 초기에는 왜 기록 보전의 필요성이 심각하게 제기되지 않았던가?
1) 예수님이 살아계실 때에는 기록으로 남길 필요성을 전연 느끼지 못했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직접 듣고 행적을 직접 볼 수 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예수님이 지상을 떠나시고 난 직후에도 기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때에는 예수님의 언행을 직접 증언할 수 있는 사도들과 제자들이 살아있어서 직접 들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중요한 요인은 셈족계통의 사람들의 문화는 죽은 기록보다는 살아있는 생생한 말로써 이야기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문화였기에 이 문화적 관행에 익숙한 이들에게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은 별로 중요시되지 않았다.
2) 초기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여러곳에 생기고 나서도 기록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이때에도 예수님을 실제 접했던 많은 이들이 살아있어서 예수님 언행에 관한 충분한 내용이 확보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데 별반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었다.
3)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이 살아있는 당대에 예수님께서 다시 오시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터인데 기록으로 남겨 후대에 전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불필요한 일이었다.
3. 복음서를 기록으로 남겨야 할 절박성의 인식
복음서를 기록으로 남길 필요성이 별반 느껴지지 않았음에도 복음서라는 기록이 나타나게 된 연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다. 상황변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1) 우선 예수님 생전에 그분의 언행을 증언하여 줄 사도들과 제자들이 하나둘 세월이 지남에 따라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게다가 공동체의 숫자는 증가하게 되고 예수님의 언행을 직접 목격한 증인들의 숫자는 감소하게 되었다. 이에따라 예수님의 언행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문자로의 기록이었다.
2) 복음이 예루살렘 밖으로 또 팔레스티나 밖으로 퍼져 나가게 됨에 따라 증가한 공동체와 함께 많은 신도들이 늘어나게 되고 이들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이 증대되었다. 따라서 단순한 증언으로만은 이 교육수요를 채울 수 없게되고 교육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절박성이 인식되었다. 복음서가 단순한 증언의 나열이 아니고 교육적인 측면을 고려하고 감안한 형태로 재구성되었던 이유도 이런 데 있었다.
3)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예수님 당대를 살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예수님께서 다시 오시리라는 믿음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게되었다. 특히 공동체의 2세와 3세들이 주역으로 등장하게 된 싯점에 이르게 되자 예수님 재림에 대한 해석이 현실적으로 필요하게 되었고 이에따라 기록으로 남겨야 할 절박성이 인식되었다.
4. 복음사가들의 작업
“성서의 저자들은 교회를 위하여 처음에는 구전으로, 그리고 글로써 네 복음서를 기록했던 것이다. 이 작업을 위하여 네 사람이 제 나름대로 자기 목적을 위하여 최선의 방법을 썼던 것이다. 그들은 자기들에게 전해진 여러 사실 중에서 선택을 했고, 어떤 때는 이를 종합했으며, 어떤 때는 교회의 입장에서 진실을 설명했다. 그들은 전해받은 여러 자료들 중에서 믿는 이들의 상황과 자기들의 목적 달성에 적합한 자료들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 자료들을 목적과 상황에 맞추어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예수님 말씀의 참 뜻도 그 말씀하신 곳과 순서에 따라 의미가 다르므로 해석할 때에는 어떤 사도는 같은 사실을 가지고 다른 방법이나 다른 배경에서 설명했는지 반문해 볼 필요가 있었다. 그것은 주님의 말씀이나 행적을 다른 말과 순서로 설명을 하고 문자 그대로 보다는 전체의 의미만을 설명했다 할지라도 그 이야기의 진리에는 변함이 없었기때문이었다.”(상기 교서 9항)
복음사가들은 각기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구전 자료들을 풍부하게 확보하고 있었다. 이 자료들은 구전으로 전해온 자료, 구전 조각들을 모은 자료 상황에 따라 중요시 되어 전해진 다른 자료등이었다. 복음사가들은 이런 여러 자료들을 각자 목적에 맞게 재구성하였다. 이는 마치 각기 다른 크기와 색깔을 가진 묵주알들을 실에 꿰어 보기 좋은 묵주로 만드는 것과 같은 과정이었다. 복음사가들은 이토록 각기 다른 자료들을 각자 목적에 맞게 선택하고, 재배열하고, 편집구성하여 최종적으로 복음서를 완성하였다.
복음서를 자세히 분석하여 보면 각기 다른 저자들이 완성시킨 복음서들 사이에 상호연결과 보완, 또는 중복과 상호 참조한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편집과 재구성사이에 상호연관성이 있었다는 중요한 시사를 하여주는 점이다.
복음사가들은 자료를 모으고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을 골라 독자적으로 각기 다른 복음서를 쓰고자 했던 것은 아닌듯하다. 즉 모든 자료들은 구어전승 자료들이었기에 크게는 한 근원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이렇게되니 복음사가들은 비록 차잇점은 가지고 있지만 서로 상충되지 않고 보완할 수 있는 통합적 기록을 고려치 않을 수 없었다. 비록 복음사가들은 각기 전해진 자료들을 채택하고 해석하는데 자유로운 입장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작업은 개인적인 저술이 아니었고 그리스도인 공동체들의 강한 공동체적 성격속에서 오랜동안 발전 계승되어 온 작업에 끝마무리를 기록하는 것이었기에 공동체적인 저술이었다고 보아야 한다.
실제로 복음사가들은 각기 공동체에 소속해 있었으며 공동체의 대변인 노릇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복음메시지를 실제로 살고 있었던 이들이기도 하였다. 교회를 대신하여 복음전승을 기록으로 남기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오늘날 영감이라는 뜻으로 말하고 있는 하느님의 영의 인도에 따라서 기록을 해나갔다. 이 성령의 인도는 공동체 안에서 권위를 지닌 대변인의 역활 속에서 확인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복음사가 개개인이 지녔던 개인적 특성이 무시되는 성령의 인도는 아니었다. 이런 이유로 해서 살아계셨던 주님의 가르침을 채택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각자 고유한 형태와 개성이 들어났던 것이다. 이점에 대하여 교황청 성서위원회는 각 복음서의 다양한 차잇점, 특히 순서와 상황선정에 있어서의 차잇점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예수님의 행적에 관한 기술에 있어서 마르꼬, 마태오, 루가 복음서의 기록은 예수님의 공생활 후반부에 기술되어 있으나 (마르꼬 11:15-14, 마태오 21:10-17, 루가 19:45-48) 요한 복음서에는 시작 전반부에 기록되어 있다 (요한 2:13-22). 또한 예수님의 가르침에 대한 기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잃어버린 양에 관한 기록을 루가 복음서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비난,“이 사람이 죄인들을 맞아들이고 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구나”(루가 15-2)에 대한 예수님의 대응으로 세가지 비유를 드시는 맥락 속에 기술하고있고 그 결론은 7절에 나타나고 있는데 이것은 하느님 자비에 대한 설명으로 기술되어 있다. 같은 잃어버린 양에 관한 기록이지만 마태오는 다른 맥락으로 설명하고 있다. (마태오 18:12-14) 즉 마태오는 이 비유의 말씀을 제자들, 특히 공동체의 지도자들에게 하신 말씀으로 기록하고 있다. 루가는 같은 주제를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비난에 대한 응답으로 쓰고있는데 반하여 마태오는 이 주제를 공동체 지도자들를 향하여 쓰고있는 점이 바로 이러한 상황 설정의 차잇점이다.
5. 복음서의 형식과 상관관계
문자의 형식으로 기록된 복음은 초기 그리스도교의 특이한 문화적 산물로 그리스도를 추종하던 이들의 신앙을 명확하게 들어내는 성격을 지녔음에 틀림없다. “복음”은 이런 점에서 몇가지 문학유형상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첫째로 초기 교회가르침의 핵심을 이루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역사적 근거를 가진 이야기체로 낭송하는 형태를 취하였다.
둘째로 이 이야기는 예수님의 공적 생활시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것으로 그분의 말씀과 행적을 부활후에 부활사건에 비추어 취사선택한 형식을 취하였다.
세째로 마태오와 루가는 이 이야기의 앞 부분에 예수님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를 덧붙였는데 이 탄생이야기는 예수님이 어떤 상황하에서 어떻게 탄생하셨느냐는 관점보다는 예수님의 인간되심과 탄생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신학적으로 설명하는데 촛점을 맞추었다. 네번째 복음서(요한)는 특이하게 “머릿말”의 형태로 예수님의 언행을 해석한 글을 앞부분에 기록하였다.
오늘날에 와서 성서학자들은 복음서가 예수님의 활동을 있었던 그대로 정확하게 기술하고 있지 않다는데에 동의하고 있다. 오히려 예수님과 그 제자들이 행했던 바를 입으로 전해내려오는 것 중에서 재구성하여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체험에 맞추어 증언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다른 말로 한다면 여러 다양한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이 살아온 체험의 역사가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른 연대기적 서술로 투영되었으며 이는 부분적으로 실제로 있었던 예수님의 행적을 사실적으로 회상하는 형태로 기록되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복음기록자들은 자신들이 속해있던 공동체의 상황과 관심을 염두에 두면서 복음내용을 구성하여 가는 가운데 자신들의 신학적 관점을 표현하였다.
현대의 성서학자들은 네 복음서중 가장 먼저 쓰여진 복음서가 마르꼬 복음서라는 데에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마태오 복음서가 신약성서의 첫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이 복음서가 제일먼저 쓰여졌다는 뜻에서가 아니라 이 복음서가 다른 복음서를 합친 것보다 초기 교회에 깊은 비중을 두고 쓰여졌다는 의미에서 네 복음서 중 가장 우월한 복음서라는 인식에서 첫째 자리에 둔 것이다.
마르꼬가 기록을 시작했을때 그는 주님의 핵심 가르침의 총체적 윤곽이 형성되어있는 싯점이었기에 비록 거칠기는 하나 이에따라 전체 골격을 세우고 여기에 예수님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살로 붙였다. 이렇게하여 마르꼬는 대략 65년에서 70년 사이에 자신의 복음서를 완성시켰다.
마르꼬 복음서가 쓰여진 후 대략 30년 사이에 편의상 마태오, 루가, 요한이라고 불리우는 다른 세사람이 마르꼬 복음서처럼 복음서를 써 나아갔다. 마태오 복음서와 루가 복음서는 확실히 마르꼬 복음서를 참조하여 기록하였다. 마지막 복음서인 요한 복음서가 다른 복음서를 참조하였는지에 대하여는 학자들 간에 아직도 논란이 많다.
6. 공관의 문제
복음서 중 첫번째 의 세복음서 (마르꼬, 마태오, 루가)를 주의 깊게 읽어본 사람들은 이 세 복음서 사이에 놀랄만한 유사성이 있다는 사실을 쉽게 깨달을 수 있다. 이 세 복음서를 장과 절을 따져 병렬로 배열하여 보면 이 세 복음서가 한 원전에서 파생되어 나왔거나 아니면 한 복음서를 참고하여 다른 두 복음서가 베꼈거나 참조했을 가능성을 쉽게 상정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런 점에서 이 세 복음서는 공통의 관점을 가졌다고 보아 공관복음서라고 부른다 세 복음서가 한 원전에서 파생되어 나왔을 개연성이 높은 것이 사실인데 그렇더라도 세 복음서 사이에는 또한 놀랄만한 상이점이 많다.
같은 주제를 세 복음서가 모두 다루고 있는 경우도 있고, 두 복음서는 다루고있는데 다른 한 복음서는 다루지 않고 있는 경우도 있고, 두 복음서는 전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데도 한 복음서에는 다루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같은 주제를 다루면서 서술방법이나 상황설정과 배경이 전연 다른 경우도 있다. 결국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내용상으로 많은 차잇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공관복음이다.
바로 이점이 세 복음서의 공관의 문제이다. 즉 세 복음서 사이에는 공통점과 차잇점이 상존하고 있는데 공통점은 어떻게 나타나게 되었으며 차잇점은 어떻게 나타나게 되었는가?
이를 설명하는 첫번째 시도로 제시된 것이 구어전승 이론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세 복음서는 한 구어전승에서 기록되었다는 설이다. 이 이론은 세 복음서의 차잇점을 설명해주는 데는 설득력이 있지만 말마디까지 같은 기록이 나타나고 있는 점은 설명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구어전승은 기록과정에서는 대단한 유연성을 띠게 되기에 차잇점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말로 전해온 것이 세 복음서가 기록에 모두 똑같은 문장으로 기록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마태오 3:7-10과 루가 3:7-9 또한 마르꼬 2:10, 마태오 9:6 및 루가 5:24는 단어 한 자 틀리지 않은 같은 기록으로 되어있다. 따라서 입으로 전해내려온 한 구전을 기초로 세 복음서가 다른 장소 다른 시기에 써 내려왔다는 것을 상정하기는 힘들다.
설득력있는 이론은 기록원전의 이론이다. 이 이론은 하나 또는 그 이상의 기록된 원전에서 세 복음서가 나왔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한층 발전하여 이원 출전설 (또는 쌍원설)로 정립되어 왔다 이 이론에 의하면 공관복음서는 두개의 기본 기록에서 파생되었다고 본다. 이 두 기본기록(출전기록)은 (1) 마르꼬에 의한 복음과 (2) 없어진 기록인 Q (Q는 독일어 Quelle의 머릿글자로 원전이란 뜻)이다. 여기서는 마르꼬 복음이 다른 두 복음서에 우선하여 쓰여졌다는 객관적 사실과 지금은 남아있지 않지만 상정가능한 Q라는 원전이 있었으리라는 개연성을 전제로 이 이론은 성립된다.
우선 마르꼬 복음은 예수님의 공생활을 기록한 최초의 기록으로 여겨진다. 성서학자들은 마태오와 루가의 복음서가 마르꼬의 복음서를 자료로하여 쓰여졌다고 믿게되었다. 그 몇가지 증거를 제시하면 첫째로 마태오와 루가는 마르꼬 복음서가 다룬 공통의 주제를 다루고있다. 마태오 복음은 마르꼬 복음에 나온 거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는데 마르꼬 복음서의 660절 중에서 600절 가량을 그대로 담고있다. 또한 루가 복음서는 마르꼬 복음서의 절반 가량을 그대로 담고 있다. 두번째로 내용뿐 아니라 형식에 있어서도 마태오와 루가는 마르꼬복음서의 단어와 문장을 사용하고 있는데 심지어는 많은 경우 베껴온 것처럼 똑같은 단어들을 사용하고 있다. 마태오는 51%의 내용을, 루가는 53%의 내용을 마르꼬에서 빌려쓰고 있다. 세째로 마태오와 루가는 일반적으로 마르꼬 복음서의 배열을 그대로 따라서 공통의 순서로 복음서를 쓰고있는 점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볼때 마태오와 루가는 마르꼬 복음을 원전으로 하여 복음서를 완성시켰다는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있다.
그런데 마태오와 루가에는 마르꼬에는 없는 내용과 주제가 들어있다. 마태오와 루가는 마르꼬말고도 다른 원전을 참조하였으리라는 시사를 하고 있는데 성서학자들은 이 다른 원전을 상정하여 편의상 Q라고 부르고 있다. 실제로 마태오와 루가는 마르꼬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거의 같은 공통의 귀절을 250절이나 같이 사용하고 있다. 예컨데 마태오 3:7-10과 루가 3:7-9또는 마태오 11:25-27, 루가 10:21-22은 마르꼬에서 찾을 수 없는 구절인데 마태오와 루가에서는 같은 구절로 되어있다. 그렇다면 마태오와 루가는 함께 앉아서 의논하며 복음서를 썼단 말인가? 연구결과 마태오 복음을 쓴 사람과 루가 복음을 쓴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즉 마태오와 루가는 서로 참고하여 기록을 남겼을 가능성은 없는 것이다. 이런 여러 사실로 보아 마태오와 루가가 참고로 하였을, 마르꼬와는 다른 원전 Q가 상정되었다. 불행스럽게도 이 원전은 현재 남아있지 않다. 오늘날에 와서 마태오와 루가가 참고했을 이 Q원전은 복원시킬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 Q원전에는 주로 예수님의 말씀을 많이 담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Q가 작성된 것은 약 50년경으로 이는 당시 초대 교회의 신도들의 교육용‘교재’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Q원전이 작성된 시기는 바울로 사도가 데살로니카인에 보낸 첫째 편지를 쓴 무렵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Q원전은 주로 예수님의 말씀들을 수록한 것이였으며 마태오와 루가의 복음서에는 나오나 마르꼬에는 나오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마태오와 루가는 마르꼬와 Q원전을 참조하여 복음서를 썼다. 또한 이들 복음서들에는 마르꼬와 Q원전에는 포함되지 않은 독자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마태오에는 약 300절, 루가에는 약 600절이 있다.
예를 들어보면 마태오 복음서에는 예수님의 탄생이야기 (1-2), 베드로가 물위를 걷는 이야기 (14:23-31), 유다스의 최후(27:3-10), 빌라도가 손을 씻는 이야기(27:24-25) 등이 있고 루가 복음서에는 예수님의 여행(9:51-19:44), 죄지은 여인 (7:36-50), 엠마오로 가던 두제자(24:13-35), 사마리아인에 관한 비유(10:29-37), 돌아온 탕자(15:11-32), 바리사이파와 세리(18:9-14) 등등이다. 이들 자료는 각기 마태오와 루가에게서만 발견되는 독자적 자료들이다.
7. 마르꼬 복음사가가 사용한 자료들
마르꼬 복음서에 사용한 자료들을 형태별로 분류하여 보면 우선 선언적 말씀, 기적사화, 예수님 자신에 관한 이야기, 마르꼬의 삽입, 요약선언, 교훈적 말씀과 비유들이다.
선언적 말씀은 이야기 형태의 한부분으로 예수님의 가르침을 원칙적으로, 단언적으로 하는 말씀이다. 이 말씀의 형태는 간결하고 요약된 형태로 기술되었다. 이런 형태의 말씀은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을 증언하는 기록이라기보다는 초기 공동체에서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말씀들이다. 예를 들면 마르꼬 복음 2:23-28에 나오는 사건이야기의 결론 부분에 기록된 말씀,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생겼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서 생기지는 않았습니다.”라는 말씀등이다.
기적 사화는 여러가지 기적에 관한 이야기들인데 주 논점은 기적자체에 있는 이야기들이다. 기적 사화를 서술하는데에는 일정한 틀이 있는데 (1) 상황설명 (2) 예수님의 행위 (3) 목격자들에 관한 서술로 구성되었거나 또는 (1) 질병에 관한 설명 (2) 믿음에 관한 서술 (3) 말씀 또는 행동으로의 예수님의 치유 (4) 즉각적 효력에 관한 서술 (5) 목격자의 반응으로 구성되어있다. 선언적 말씀과는 달리 특정한 장소와 시간에 일어난 것을 기술하고 있으며 선언적 말씀이 원칙적인 것에 비하여 기적사화는 생생한 현장기록의 형태로 서술되어 있다. 또한 선언적 말씀은 여러 과정을 거쳐 잘 다듬어진 형태이나 기적사화는 잘 다듬어지지 않은 형태의 생생한 구어전승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좋은 예로 마르꼬 1:23-28에 나오는 미친 사람에 대한 치유사화는 좋은 예이다.
예수님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기적 사화와는 달리 일정한 틀을 갖지않고 있으면서도 예수님 자신에 대한 생생한 증언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로 구어전승에서 전래된 것들로써 개인적 관점에서 예수님을 본 서술들이 많으며 풍부한 종합과 함께 생생한 점이 특징이다. 이 이야기들은 일견 통상적인 그리스도교의 전도와는 거리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나 실제로는 선언적 말씀을 끌어내는데 전초적인 기능을 하기도 한다. 예수님 자신에 관한 개인적 성격이 강한 내용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마르꼬가 사용한 예수님에 관한 개인적 기록들은 예수님과 함께 행동했던 이들, 특히 베드로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되었다고 하는 설도 있으나 확인할 수는 없다. 예로써 마르꼬 1:1-8 세례자 요한의 설교는 대표적 예이다.
마르꼬의 삽입구들은 마르꼬 또는 후계자의 손을 거쳐서 채집된 자료를 근거로 기록된 것으로써 전승적 자료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들이다. 물론 이를 구별하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다. 단지 삽입내용이나 형태를 보아 인위성이 높아보이는 것을 구별의 기준으로 삼는다. 마르꼬 3:13-19의 열두사도의 지명에 관한 이야기가 좋은 예이다.
요약선언은 말 그대로 주요 기록 말미에 그동안 기술된 것의 요약과 종합한 것을 선언문의 형태로 기술한 것이다. 마르고 1:14-15, 3:7-12, 6:6-13등은 중요한 요약선언이다. 이 외에도 주요기록이 끝나는 부분부분에 요약된 선언이 기록되어 있다.
교훈적 말씀과 비유들은 보통 이야기 서술과는 구별되는 것들로써 보통은 교훈적 내용과 관련된 것들이다. 그렇다고 이야기와 교훈적 말씀 및 비유들을 구별하기는 힘들다. 마르꼬에서 이러한 형태의 중요한 기록은 4장에 나오는 여러 비유말씀과 13장에 나오는 종말에 관한 말씀이다.
복음사가들은 초기 그리스도공동체를 통하여 입으로 전해 내려온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취사선택하였고 이를 기초로 편집과정을 거쳐서 기록으로 남기었다. 또한 주로 마르꼬 복음과 없어진 Q 원전을 참조로 마태오와 루가 복음서를 완성해 나갔다. 이러한 이유로 복음서, 특히 공관복음서 간에는 공통점과 차잇점이 드러나게 되었다. 다음은 각개 복음서를 개괄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중요 요점
☞ 복음서는 구어전승 자료를 모으고 재구성하여 재정리를 통하여 기록되었으며 여기에는 해당 공동체의 다양한 참여와 기여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기록은 예수님 부활후 약 40년이 걸렸다.
☞ 복음사가들은 구어전승자료라는 한 근원의 자료들을 소속 공동체와의 협의 아래 자유롭게 채택하고 해석하여 각자 고유한 형태와 개성이 드러나는 복음서들을 기록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복음사가들은, 자신들이 속해있던 공동체의 상황과 관심을 염두에 두면서 복음내용을 구성하여 가는 가운데 자신들의 신학적 관점을 표현하였다.
☞ 마태오와 루가는 마르꼬와 Q원전 (현재에는 남아있지 않음)을 참고하여 복음서를 썼다. 마르꼬복음서에 사용한 자료들은 선언적 말씀, 기적사화, 예수님 자신에 관한 이야기, 교훈적 말씀과 비유들이다. 선언적 말씀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원칙적으로, 단언적으로 하는 말씀으로써 초기 공동체에서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말씀들이다. 기적사화는 예수님의 기적에 관하여 생생한 현장기록의 형태로 서술되어 있다. 예수님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예수님 자신에 대한 생생한 증언적 이야기들이다.
☞ 참조자료가 다르기 때문에 마르꼬, 마태오, 루가의 공관복음서간에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드러나고 있다.
[출처/참사람되어 단행본, <예수님 한 분으로부터 네 개의 복음서가>, 헤르만 헨드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