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알기

미국성공회, 주인돈 신부가 말하는 '성공회란 무엇인가?'

유테레사 2020. 2. 12. 18:27

미국 성공회 주인돈 신부가 말하는 '성공회란 무엇인가?'

2011.04.18 09:45

 

[미션라이프] 성공회(聖公會, Anglican Church, The Episcopal Church)는 어떤 교회일까. 개신교라고는 하는데 너무 엄숙한 게 오히려 가톨릭 교회에 치우친 교회는 아닐까. 영국 국교회가 어떻게 전 세계에 정착할 수 있었을까.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 교회가 성공회로부터 배울 점은 무엇일까.

 

최근 국내에서 열린 미주 한인 성공회 협의회 연차 모임을 위해 방한한 주인돈(49) 신부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품었던 질문들이다. 그는 성공회 안내서라고 불리는 신간 ‘성공회, 열린 교회로의 초대’(푸른솔)의 저자이기도 하다. 서울교구, 토론토교구를 거쳐 지금은 미국 성공회 소속으로 시카고교구 한마음교회를 15년째 섬기고 있다.

 

그는 책 서문에서 “캐나다와 미국 성공회 교회에서 목회하면서 끊임없이 ‘성공회란 무엇인가’에 대해 되물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그때그때 기록한 ‘성공회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들이다.

 

지난 12일 서울 시내의 한 커피숍에서 주 신부를 만나 성공회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들을 던져봤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이번 입국 목적은?

미주에 있는 한인 성공회가 1년마다 협의회를 갖는다. 미주 한인성공회 협의회 연차 모임이다. 이번에는 대한성공회 관구장 김근상 주교가 초청했다. 2가지를 논의했다. 미주의 한인 성공회에 1.5세 등 대한성공회를 경험하지 못한 신부들이 늘고 있다. 이분들이 한국성공회와 교류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얘기였다. 또 하나는 한인 성직자가 부족하다. 현재 한인 성공회가 워싱턴DC에 교회를 개척 중이다. 하와이 교구도 사제가 공석이다. 이를 위해 서울교구에서 파송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 목회하시는 곳은?

미국 성공회 소속 시카고교구 한마음교회다. 지금은 한인 대상이지만 1년 반 전만 해도 미국인이 같이 참석했다. 그 전엔 한국에서 6년간 목회했다. 서울교구 선교교육원, 서울 대성당 보좌 사제, 캐나다 토론토 교구에서도 목회했다. 한마음교회는 1997년 11월 말부터 지금까지 맡고 있다.

 

-이번에 ‘성공회, 열린 교회로의 초대’(푸른솔)를 발간하셨는데?

대한성공회, 캐나다성공회, 미국성공회를 거치면서 대한성공회보다 더 폭넓고 다양한 성공회가 있다는 걸 경험했다. 이 부분을 전하고 싶었다. 또한 다양한 성공회를 경험하면서 스스로 성공회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했다. 그때그때 원고를 쓴 게 이번에 나온 ‘성공회, 열린~’과 ‘온몸으로 드리는 예배’(푸른솔)이다.

 

-세계성공회와 비교했을 때 한국성공회의 특징은 뭔가?

세계성공회는 네 분파가 있다. 전통을 중시 여기는 앵글로-가톨릭 교회(고교회, highchurch), 복음주의를 강조하는 저교회(low church), 이성과 자유를 중시하는 자유주의, 이 모든 것을 통합하는 광교회(broad church)가 있다. 대한성공회는 영국의 전통을 가진 선교사들의 영향으로 전통과 전례를 강조한다. 미국 성공회는 자유주의 측면이 강하고, 캐나다성공회는 광교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나라 성공회 안에서든지 네 분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개신교에서는 천주교를 기독교와는 완전히 다른 종교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성공회는 천주교를 어떻게 보나?

성공회에서는 천주교회를 기독교의 한 형제 교회로 본다. 천주교도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교회다. 성모 마리아를 믿는 게 아니냐고 하지만 그게 아니고 다만 성인으로 인정하고 존중할 뿐이다.

 

-성공회가 다른 교파에 비해서는 진보적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성공회는 열린 교회다. 열려 있다는 것은 역사와 문화에 대해 신앙적 응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다 보니 사람들이 그걸 ‘진보적’이라고 해석하고 있다고 본다.

 

-성경 사용 등 성공회의 특징은 어떤 게 있나?

성공회는 개신교회다. 루터교, 개혁교회, 성공회 등 종교개혁 때부터 개신교의 3대 분파 중 하나다. 성공회는 로마 가톨릭으로부터 분리돼 나왔고, 신앙적 내용도 종교개혁의 정신과 원리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도 성공회 저작들이 많이 알려져 있다. 존 스토트의 저작들이 대표적이다. ‘기독교의 기본적인 진리’(Christan Basic)는 영국 성공회가 견진례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 교재 시리즈 중 한 권이었다. C S 루이스도 성공회 신자다. 그의 저작들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밖에 도킨스의 무신론을 반박해온 앨리스터 맥그래스, 알파코스를 만든 니키 검블도 성공회 소속이다. 톰 라이트 역시 성공회 주교다.

성공회는 아주 성서적인 교회다. 킹제임스성경(KJV), 개정표준역(RSV)은 영국성공회가 단독 혹은 협력으로 번역한 성경이다. 성서를 아주 강조하는 성공회 전통에서 나온 것이다. 가톨릭교회는 외경의 많은 부분을 정경으로 포함시키지만 성공회는 외경을 정경으로는 인정하지 않고 다만 도덕적 교훈을 주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성공회는 영국의 국교회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떻게 전세계에 확산될 수 있는가?

영국은 18세기 해외 식민지 정책에 따라 영국인들이 가는 곳에는 영국성공회가 같이 들어갔다. 그러다가 19세기부터는 선교를 위한 선교가 시작됐다. 주로 미국 성공회가 주도했다. 그러면서 성공회는 영국만의 교회가 아닌 세계적인 교회로 확산돼 갔던 것이다. 현재 전세계 가장 널리 퍼진 교회가 로마 가톨릭이다. 그 두 번째가 바로 성공회다.

 

-성공회가 가톨릭과 개신교의 중간 형태를 띠고 있는 배경이라고 한다면?

영국성공회는 역사적으로 천주교와 개신교 사이에서 포용적이며 중간적 입장을 취해 왔다. 그것은 역사적 경험 때문이었다. 독일에서는 신·구교간 30년 종교전쟁을 벌였다. 영국에서는 에드워드가 죽고 메리가 등장했을 때 300명이 화형을 당했다. 이런 것을 경험한 엘리자베스 여왕은 ‘종교 때문에 갈등하고 사람이 죽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아울러 종교 때문에 국가가 분열되어서도 안된다고 봤다. 그래서 양자를 포용하는 교회를 이뤄나간 게 바로 성공회다.

영국성공회는 아직도 영국 여왕이 교회의 수장이다. 영국성공회 최고의 성직자인 캔터베리 대주교는 영국성공회 안에서 선출을 통해 영국 여왕이 임명한다. 캔터베리 대주교를 포함한 20여명의 주교들은 영국 상원(House of Lords)의 멤버이기도 하다. 영국 성공회의 법을 개정할 때 교회 의회의 결정을 영국 의회가 승인한다. 하지만 영국을 제외한 전세계 모든 교회는 독립적이고 자치적으로 사역한다. 당연히 정교분리가 원칙이다.

 

-한국 교회는 청교도들을 신앙의 선배로 숭상하고 있다. 반면 영국 성공회는 청교도들을 핍박했던 과거가 있는데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영국성공회가 로마 가톨릭으로부터 개혁을 미흡하게 했다고 보고 더 개혁해야 한다고 한 게 청교도가 나온 배경이다. 청교도에는 두 가지 분파가 있다. 하나는 영국성공회로부터의 분리해야 한다는 분파고, 다른 하나는 영국 성공회 안에서 성공회를 개혁하고자 한 부류다. 결국 분리를 내세웠던 사람들이 핍박을 받아 미국을 갔고, 그들이 폴리머스 지역에 정착했다. 반면 영국 성공회에 남아 있으면서 성공회를 개혁하려던 청교도들도 있다. 미국에 온 청교도들 중에서 성공회에 남은 사람들은 주로 매사추세츠 만에 정착했다.

성경 중심, 개혁을 강조하는 청교도 신앙의 상당 부분이 성공회 신앙에서 나왔다. 성공회만큼 성서적인 교회가 없다. 성공회는 성서정과(lectionary)를 통해 성서를 통일성 있게 그리스도 중심으로 읽도록 노력하는 교회다. 매 주일뿐만 아니라 매일 성찬예배를 드린다. 초대 교회의 교회 조직은 교구 중심이었다. 성직은 부제(집사), 사제(장로, 목사), 주교(감독)로 구성돼 있었다. 성공회는 이 제도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한국 교회는 개교회 목회자의 윤리나 재정 문제가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성공회는 어떻게 다른가?

성공회는 ‘교회 공동체’ 영성을 강조한다.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아침과 한낮, 저녁, 밤중 등 하루 네 번의 정해진 기도시간에 공동 기도문으로 기도를 한다. 성공회 모든 설교의 90% 이상은 철저히 성서정과에 따른다. 그러다 보니 교회력을 따라 예수님의 출생과 고난, 부활 등 예수님의 생애를 주기적으로 강조할 수밖에 없다. 성서의 통일성, 그리스도 중심성이 성공회 설교의 특징이다. 반복해서 기도하고 반복해서 말씀으로 돌아가는 게 성공회 영성의 특징이다. 이것은 개인의 신앙이나 훈련에 따라 좌우되는 다른 교파와 대별되는 성공회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개인훈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성공회도 개인의 신앙의 차이에 따라 제자훈련이 있다. 다만 공동체 영성이라는 전체 틀을 강조한다는 점이 다르다.

 

-지난해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에게 서면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성공회는 다른 나라나 국제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성공회는 각 지역 역사와 문화를 존중한다. 지역마다 교회 이름이 다 다르다. 성공회의 선교적 입장도 상호 존중, 상호 독립이다. 미국 성공회의 경우는 TOPIK(Toward Peace In Korea) 등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롭 벨 목사의 저서 ‘사랑은 승리한다’(Love Wins)로 미국 내에서는 때 아닌 지옥 논쟁이 한창이다. 성공회의 지옥이나 구원관은 뭔가?

성공회의 구원관은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해서 독생자를 보내셨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근본적 의도는 구원을 위한 것이다. 이 세상 누구도 지옥에 떨어지는 걸 원치 않으신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열린 입장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전세계 성공회가 동성애 문제 때문에 분열과 갈등을 겪었다. 동성애를 끌어안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들도 하나님의 백성이고, 하나님이 사랑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이방인, 여자, 문둥병자, 사마리아인을 다 포용하셔서 구원을 이루고자 하셨다. 미국 성공회는 동성애자를 포용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교회 내에서는 반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국 교회는 목회자의 윤리 문제로 시끄럽다. 성공회는 이런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조용한 것 같은데?

이건 목회자 개인의 윤리, 영성의 문제다. 인간이 사는 삶이나 사회, 심지어 교회에는 예수님이 경험하신 세 가지 유혹이 반드시 있다. 그것은 돈(물질)과 명예, 권력이다. 왜 개신교가 이 문제에 약할까. 첫째는 개신교가 돈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돈이 있어도 교회 영성과 교회 조직의 문제라고 본다. 개신교의 영성은 개인의 믿음, 성령을 강조하기에 목회자 개인의 이익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회 시스템에서 이걸 조절해줘야 한다.

성공회는 민주적이고 공동체적인 절차와 과정을 중요시 여긴다. 주교가 있지만 본인의 독단적인 영성이나 판단에 의해 교회 사역을 집행할 수 없다. 위원회의 결정을 집행하고 존중하고 자문을 구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민주적인 시스템이다 보면 목소리가 많아져 목회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는데?

성공회는 민주적인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성직자의 고유권한을 절대적으로 보호한다. 위원회가 결정을 했다 할지라도 목회자에게 거부권이 있다. 또 위원회는 교회의 사업에 대한 것만 결정한다. 교리나 설교에 대해서는 결정할 수 없다. 이것은 영국 성공회가 종교개혁 이후로 오랜 과정을 통해 그것을 지혜로 인정하고, 교회법을 만들어 지키고 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내가 목회하면서 경험한 것도 교회법은 교회공동체의 지혜이고 역사적 경험의 유산이라는 점이다. 한국 교회의 구성원들도 교회법을 존중할 것을 강력히 권하고 싶다.

 

-성공회 사제도 결혼을 안하나?

가톨릭교회 사제도 처음엔 결혼을 했었다. 그런데 중세 때부터 결혼을 금지했다. 성공회는 결혼을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고 자유다. 나는 한국에서 결혼을 하고 캐나다로 갔다. 나는 결혼을 통해 하나님의 축복을 더 경험하고 있다.

 

-위기의 한국 교회가 성공회로부터 배울 수 있는 영성은 뭘까?

내가 책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한 것은 성공회의 포용성이다. 양 극단을 배제하고. 그러면서 양 극단이 가진 좋은 것을 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용과 차이에 대한 존중이 한국 교회가 성공회로부터 배울 수 있는 점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서로를 존중하고 포용하고 그 가운데 좋은 것을 드러내고자 하는, 그것이 성공회가 견지하고 있는 중간의 길이다. 그런데 한국 사람의 기질적 특징은 양 극단에 치우치기 쉽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성공회가 한국 사람에게 잘 맞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다. 대한성공회 교세가 약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웃음).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