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주님을 따르는 제자의 길

유테레사 2020. 6. 21. 21:43

2020. 6.7 성직서품식설교

이사6:1-8, 84, 로마12:1-12, 마르10:35-45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드립니다.

 

오늘 부산교구에 성직자 세 분이 탄생합니다.

우리 부산교구에서 가장 기쁜 날입니다.

오늘은 부산교구설립46주년, 성삼위일체주일과 서품식 세 가지가 함께 하는 경축할만한 날입니다.

우리 교구에 매년 서품예식이 치러졌으면 좋겠습니다.

서품 받으시는 세 분, 축하드립니다.

 

복음서는 예수님께서 부르신 제자들의 공동체에 관해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늘 마르코복음 본문도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의 삶, 제자도에 대해 말씀하고 있습니다.

제자의 의미에 대해 함께 생각해 봅니다.

마르코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수난에 대해서 세 번에 걸쳐서 말씀하셨지만 제자들은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서로 자리에 대한 욕심을 갖고 있습니다.

예수님께 좌우편의 자리를 요청한 두 형제는 갈릴래아에서 고기잡던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 형제입니다.

베드로와 안드레 형제는 이들보다 먼저 부르셨는데

이 네 사람은 나를 따르라’, 주님의 부르심을 듣자마자 즉각, 그물과 배, 가족을 버려두고 주님을 따른 사람들입니다.

처음 부름받은 제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안드레를 제외한 베드로, 야고보, 요한,

이 세 사람은 예수님께서 특별히 더 사랑하셨던 것 같습니다.

변화산에 오르실 때도 데리고 가셨고, 마지막 겟세마네 동산에도 함께 했던 걸 보면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으로 보면 이들은 예수님이 따로 부르셔서 특별 지도를 하신 핵심 멤버로 봐도 무방합니다.

이 세 사람 가운데 제베대오의 두 아들인 야고보와 요한은 천둥의 아들이란 뜻인 보아네르게스로 불려졌는데 불같은 열정의 사람들이란 뜻이라 합니다.

그런 성향이 오늘 영광의 자리 옆에 오른편과 왼편자리를 언급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입성하시기 전, 십자가 수난을 앞 둔 시점에서

서로 높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제자들을 향해 높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남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 섬기는 종이 되어야 높아진다는 하느님 나라의 새로운 질서를 말씀하십니다.

주님을 따르는 제자의 길은

첫째, 제자는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님과 함께 죽을 수 있어야 하는 각오를 하고 따르는 삶입니다. 고난의 십자가를 져야할 때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만 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둘째, 제자는 섬김의 종으로 예수님께서 공생애 활동을 하시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섬기신 것처럼 섬기는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 수난 받으시기 전에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만찬을 하신 후에 제자들 발을 다 씻겨 주셨습니다. 주님께서 본을 보이신대로 섬김의 태도를 지니고 겸손히 섬기는

자에게 눈에 띄지 않지만 리더쉽이 주어지는 이치입니다.

 

서품예식 가운데 서품받는 분들이 바닥에 엎드려서 서약을 하는 데 이것이 그런 의미입니다.

따라서 제자의 길은 십자가에서 달리신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부르신 소명을 끝까지 지켜나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어려운 길을 가는 것입니다.

 

여러분,

예수님께 좌우편의 자리를 달라고 요청했던 두 형제 가운데 형인 야보고 사도는

(사도행전12), 헤로데왕이 교회에 박해를 행하면서 참수 당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 가운데 첫 순교자로 성경에 기록되었습니다.

이후에 교회가 흩어지고 바울로일행의 1차 전도가 시작됩니다.

그의 소원대로 고난의 잔을 마시고 천국에 영광의 자리에 있게 된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목숨을 바쳐 몸값을 치르신 예수님은 죄와 사망의 권세가 미칠 수 없는 영원한 생명의 하느님의 자리에, 영광의 자리에 오르신 것입니다.

오늘 서품식에서

대한성공회 4대주교이신 구세실주교님께서 1935년에 만드신 사제생활의 지침가운데 사제생활의 근본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살펴 보겠습니다.

 

사제생활은 지상적 가치를 포기하고 탈속해야만이 가능한 것이다.

세상을 떠나는 것이 하느님과 그리스도에게로 나아가는 것이고 그리스도의 완전성에 나아가는 것이다. 카이사르의 것을 놓지 않고는 진리를 붙잡지 못한다. 그리스도의 진리를 바르게 붙잡아야 카이사르의 것을 놓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제는 세상을 떠나는 일과 그리스도의 진리를 붙잡아 깨닫는 일을 최우선적인 일로 해야 한다. 이것이 사제생활의 근본이다.”

그렇습니다. 구주교님 말씀도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제자의 길과 다르지 않습니다.

사제는 세상을 떠나는 일과 그리스도의 진리를 붙잡아 깨닫는 일을 가장 중요한 일로 다른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어제 박주교님께서 보내신 사목서신에 우리의 현실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부산교구와 교회들과 신부님들은 형편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가난합니다.’

 

그런 형편을 알면서도 오늘 세 분이 서품을 받으시고, 앞으로 세 분의 성직후보자들이 있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성직에 오르시는 세 분은 그간 많은 경험과 준비를 하시고 인생의 제2막을 시작하시는 귀한 분들이어서 든든합니다.

세 분은 성직생활을 아주 굵고 짧게 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502, 40대후반1)

 

세 분은 이미 나름대로 영성 생활의 기본이 잘 되어 있으신 분들입니다.

보혜사이신 성령과 함께 하셔서 능력있게 사목하시기를 축복합니다.

제가 은퇴가 몇 년 안 남았는데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사목하시면서 어려움이 있을 때 주변에 기도해주실 분들이 필요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기도하지만 사목의 문제나 개인적인 어려움이 생길 때 함께 기도해주시면 힘이 되는 것을 매번 알게 됩니다. 기도로 동역해주실 신실한 분들을 찾으시면 좋겠습니다.

교우여러분

이 자리에 함께 하신 여러분들은 서품의 증인이십니다.

이 분들의 사목을 위해서 기도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성직자를 위해서 기도하는 일은 하느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이라 합니다.

성직자에게 아쉬운 점이 보이면 내가 기도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여기시고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세 분께 앞으로 하실 성직생활에 하느님의 은혜와 도우심이 가득하시길 축복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