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1년만에 배달되는 우체통

유테레사 2012. 12. 29. 20:25

1년만 기다리세요

1년 만에 받아보는 느린우체통 편지

시민리포터 신성덕 | 2012.11.16

[서울톡톡]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큰아들에게서 온 편지다. 그런데 이 편지 위에는 '2011년 11월 6일에 쓴 글이며 세상에서 하나뿐인 느린우체통에서 발송 된 것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아들만 둘 두고 있는데 장남 요한이가 업무 차 영종대교기념관을 지나던 길에 1년 전 보낸 편지인 것이다.

지금은 편지 보다는 이메일을 주고받는 시대이다. 사실 이메일도 이젠 '올드'한 소통수단이 됐다. 실시간으로 문자나 메신저 등을 주고받고 있다. 부모들은 아들을 군대에 보내면 편지를 주고받는다. 병영생활 중 편지를 읽는 것이 큰 낙이기 때문이다. 10년 전 군대에서 부모님께 편지를 보낸 후 처음이라고 서두를 꺼낸 아들은 장남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음을 죄송스럽게 생각 한단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고 있는 손녀에게도 느린우체통을 통해 편지가 왔다. 아들이 딸에게도 보낸 것이다. 사실은 이 편지가 1년 전에 부친 것이란 걸 손녀가 가르쳐 주어서 알게 되었다. "할아버지 이상해요! 편지에 2011년 11월 6일이라고 찍혀 있어요. 그리고 지금 내 나이가 열 한 살인데 열 살이라고 적혀 있어요." 요즘 우표값이 얼마인지 잘 모르겠지만 1년 전에 보낼 때는 우표 값이 240원이었나 보다.

1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루 하루를 바삐 살다 보니 1년은 오래전 이야기 같다. 아들에게 전화를 해 보았다. 처음에는 잘 모르더니 뒤늦게 기억을 해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느린우체통'을 누가 생각을 했을까? 누구든지 제일 먼저 가야하고 1등이 되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현실에 이렇게 편지 한 통을 1년 후에 받아 보게 되다니…. '느림의 미학'이라는 말이 새삼 감동으로 다가온다.

편지지 앞면에는 '페스트푸드, 퀵서비스, 휴대폰,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속도의 시대.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의 느린우체통은 잠시나마 삶의 속도를 줄이고 자신과 소중한 사람들을 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느림의 미학과 기다림의 미학을 전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소중한 추억을 전하세요. 이 편지는 1년 후에 배달됩니다.(영종대교기념관 느린우체통)'이라고 쓰여 있다.

그러면 느린우체통은 어디에 있을까?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서울평창동), 경부고속도로 청원(서울방향)휴게소, 청산도 범바위(전남 완도군), 거제 해양파크(경남거제시), 인천공항고속도로 영종대교기념관 등에 있다. 서울중앙우체국 우표박물관에서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느린우체통'을 무료로 이용 할 수 있다.

낙엽이 지면서 갑자기 초겨울이 돼버렸다. 더 추워지기 전에 '세상에서 하나뿐인 느린우체통'을 통하여 1년 후에 소중한 사람에게 도착할 이야기를 적어보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느림의 미학과 기다림의 미학'을 공유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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