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성찬례, 예수님의 선물

유테레사 2021. 8. 15. 22:15

815일연중20주일

열왕상 2:10-12, 3:3-14, 시편 111, 에페 5:15-20, 요한6:51-58

<성찬례, 예수님의 선물>

 

몇 주째 이어지는 빵 시리즈입니다.

우리는 빵을 주식으로 하는 문화가 아니어서

예수님이 나는 살아있는 빵이다 말씀하실 때

파리 베이커리 진열장에 있는 맛있는 빵을 떠올리면서

예수님이 이렇게 맛있는 빵이란 말인가?

이런 생각을 잠깐 스쳐지나가듯 해봅니다.

개역성경에는 떡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나는 살아있는 떡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 정서에 조금 더 익숙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수님이 밥이 주식인 우리나라에 사셨다면 나는 살아있는 밥이라고 말씀하셨을 것 같습니다.

 

빵이든 떡이든 밥이든 늘상 먹는 주식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공동번역에 빵이라고 되었으니 그대로 빵으로 하겠습니다.

 

1. 살아있는 빵

본문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을 포함해서 유다인들 앞에서 나는 살아있는 빵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눈으로 흔하게 볼 수 있는 빵을 말씀하신 것이지만

밀가루와 이스트로 만든 흔하게 볼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빵 자체만을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아실 줄 압니다.

살아있는 빵이란 말씀에는 성경에 있는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누군가가 나는 살아있는 빵입니다.’

이렇게 말을 했다면 쓸데없는 농담한다고 하면서 웃어 넘겨버릴 겁니다.

또 아무도 나는 살아있는 빵이라고 말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 말을 예수님이 하셨다는 것에 우리가 주목하는 겁니다.

이것이 우리에게는 큰 의미가 있고 그 이유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빵에 이어서 구체적으로 살과 피를 먹고 마시면

영원한 생명을 얻는 다고 선언하셨습니다.

 

2. 사람이 되신 말씀

요한복음 11절에서 하느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실 때 말씀이 계셨다고 했습니다

하느님과 함께 천지를 만드셨던 그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계셨다.’ 114절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계시는 것을 임마누엘,이라고 합니다.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히브리어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는 것, 육화, 성육신(Incarnation)이라고 합니다.

성육신은 예수님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사람이신 예수님이 내 살과 피를 먹고 마시라고 하는 것에서 성육신의 완성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것에서

성육신의 목적과 의미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사람이 되시어서 인간의 세계 안으로 오신 예수님 만이 가능한 일이며, 거룩한 신비가 됩니다.

 

3. 하느님의 어린 양이신 예수님

요한복음 1장에서 제자들과 함께 있던 세례요한이 예수님이 오시는 것을 보고

이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 양이 저기 오신다

그 다음 날에 예수님을 보고 제자들에게

하느님의 어린 양이 저기 가신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이 에집트에서 탈출하던 밤에 양의 피를 바른 집과 양의 피를 바르지 않은 집에서 생명과 죽음이 엇갈리는 엄청난 일이 일어났던 것을 기억하면서

과월절을 지키는 이스라엘의 사람들에게 새겨져있는 것이 어린 양, 어린 양의 피가 될 것입니다.

 

이사야서 53장에 5-7

그를 찌른 것은 우리의 반역죄요. 그를 으스러뜨린 것은 우리의 악행이었다.

그 몸에 채찍을 맞으므로 우리를 성하게 해주었고, 그 몸에 상처를 입음으로 우리의 병을 고쳐주었구나. 우리 모두 양처럼 길을 잃고 헤매며 제멋대로들 놀아났지만, 야훼께서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지우셨구나.

그는 온갖 굴욕을 받으면서도 입 한번 열지 않고 참았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가만히 서서 털을 깍이는 어미 양처럼 결코 입을 열지 않았다.”

예수님이 빌라도 앞에서도 말씀을 하지 않았고

로마병정들에게 수모를 겪으실 때나, 십자가지고 골고다를 가실 때,

십자가에 못박히실 때에도 별로 말씀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예수원 목장에 넉 달간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목장에 양을 230마리정도 키우고 있었는데

imf가 터지면서 사료값이 폭등해서 키울 수가 없다고 결정하고

양을 처분하기로 했어요. 양을 잡아서 고기로도 팔고 중탕해서 팔기로 하고

형제님들이 양을 잡았습니다. 양사에서 양을 잡았는데 거기를 가봤습니다.

양이 열 마리정도 다리를 묶어서 천장에 매달아 놓고 바닥에 통이나 다라이를 받쳐놓고 목을 따서 피를 쏟게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동물이나 하찮은 미물도 손을 대면 해치는 줄 알고 방어하고 대들고 피하고 하는 것이 본능입니다. 그런데 양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 양사 안이 너무나 조용했습니다. 형제들도 조용하게 일하고, 양들도 마치 죽음을 알고 있기나 하는 듯이 아무 소리도 없이 고분고분 따르면서 피를 쏟는 모습을 보면서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정말 예수님이 묵상되는 분위기였습니다.

 

예수님은 인간의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에서 죽으신 속죄양,

하느님께서 보내신 어린 양이십니다.

예수님은 과월절의 메뉴대로 차려진 식탁에서 과월절의 관습대로

빵을 들어서 감사드리신 후에, ‘이것은 너희들을 위하여 주는 내 몸이다.’

포도주를 드시고 감사드리신 후에, ‘이것은 내 피로 맺는 새로운 계약의 잔이니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라

우리가 기억할 것은 과월절 전날에 십자가에서 못박히시고 피를 흘리시고 죽으신

어린 양이신 예수님입니다.

내 살과 내 피가 말하는 것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입니다.

살과 피라고 표현해야 했던 것은

깨끗하고 곱게 죽은 상태가 아니라 살갗이 찢기고 터져서 그 사이로 살덩어리가 떨어지고 붉은 피가 흘러나오는 끔직하고 참혹한 어린 양이신 예수님의 모습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요한복음 1장에서 말씀이 육신이 되셔야했던 또 하나의 이유가 이렇게 설명되어지는 것입니다.

 

4. 예수님의 선물

복음서에서 말씀하신 예수님의 수많은 가르침 가운데

내가 한 그대로 행하라고 명하신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우리의 예배 가운데 하고 있는 성찬식입니다.

예수님께서 내 몸과 내 피라고 하시는 선언과

내가 다시 올 때까지 나를 기억하며 이것을 행하라.

이 부분이 과월절 기도와 다른 마지막 만찬에 성찬 제정사로 부르는 부분입니다.

이천년 전에 하신 이 성찬은 오늘 현재도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서 예식을 행할 때 우리 안에 한 분 한 분

믿음의 고백으로 예수님의 살과 피는 여전히 예수님과 우리가 만나 연합하는 거룩한 신비가 이루어지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성찬에 참여하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을 돌아보고 죄를 회개하고 삶을 반성해야 만 합니다.

고전 11장에 몸이 약한 사람과 병자, 죽은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은 자신을 살피는 것을 소홀히 하고 성찬을 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주님의 살과 피를 받아모시기 위해서는 성찬 전에도 자신을 살피지만

우리의 삶이 내 안에 계신 예수님과 함께 동행하는 생활을 한다는 것을 자각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성체성사를 통해서 우리가 예수님의 성체와 보혈임을 믿는 아멘

으로 화답하는 믿음의 고백을 통해서 우리 몸 안에서 함께 연합하여 살아계십니다.

예수님이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예수님 안에 있는 관계,

우리 한 분 한 분 안에 예수님이 계시고, 예수님 안에 한 분 한 분이 계시는

특별한 관계,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이룹니다.

예수님과 우리의 관계가 세상에 다른 존재보다 더 가깝고 친밀한 사이가 이미 되어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사람들입니다.

무엇을 먹고 사는가에 따라 삶이 달라집니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이 우리의 삶을 결정합니다.

 

우리가 먹고 마신 예수님의 살과 피는 우리 안에 살아계신 예수님을 증거합니다.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매일 먹는 양식인 빵과 같이

매일 먹기에 흔한 것이고 쉽게 접하는 것이며 가까이 하는 것이고

삶이기도 한 것처럼 예수님도 그렇게 되어주셨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이, 가장 친밀한 관계가 되시고자

우리에게 살아있는 빵이 되셔서

이 예식을 행하라고 이르신

성찬례는 우리에게 주신 예수님의 선물입니다.

 

요한 6: 54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며 내가 마지막 날에 그를 살릴 것이다.

예수님은 살아있는 빵, 리빙 브래드(living bread)이십니다.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은 당신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사람에게

생명을 얻게 하십니다. 살아있게 하십니다. 힘을 주고 일으키십니다.

 

이 모든 것은 예수님의 약속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지금도 살아계시고 성찬 가운데 함께 하십니다.

예수님의 모습을 닮고, 마음을 닮고, 삶을 닮아가는 우리 모두 되시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