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6일 연중18주일
주의 변모 축일 설교
다니 7:9-10, 13-14, 시편 97, 2베드 1:16-19, 루가9:28-36
<영광스런 은혜, 기도>
8월 6일, 오늘은 주님의 변모축일입니다.
예전에는 오주변용이라고 했습니다. 또는 변화산 사건이라고도 합니다.
예수님 얼굴이 변했다.
모습이 변했다. 바뀌었다는 것이지요.
본문 첫 구절인 28절에서 ‘이 말씀을 하신 뒤,’ 여드레쯤 지났다고 했습니다.
오늘 본문과 연관이 있는 이 말씀이 무슨 말씀인지를 보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오병이어 기적을 행하신 후에 제자들에게 나를 누구라 생각하느냐? 질문하시자
베드로가 ‘주님은 하느님께서 보내신 그리스도이십니다.’ 답을 합니다.
‘그리스도’라는 고백을 들으시고 수난과 죽음을 처음으로 말씀하십니다.
아마 예수님은 그리스도라는 고백을 들으시기를 기다리셨던 것 같습니다.
그 고백 위에 수난을 말씀하셨습니다.
“반듯이 많은 고난을 겪고 원로들과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었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 것이다.” (루가9장 22절)
이 말씀을 하신 뒤로 여드레가 지났다는 것입니다.
수난과 죽음에 대해 처음 말씀하셨는데 이후에 제자들이나 예수님이나 아무 말씀이 없으셨던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두 번째, 세 번째 수난을 말씀하실 때도 제자들은 그 말이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말씀하신 후에는 제자들 안에서 누가 제일 높으냐 하는 서열 다툼을 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1. 산에 오르시다.
수난에 대한 첫 번째 말씀을 하신 후에 마태복음과 마르코복음은 6일, 루가복음은 8일이란 시간이 지났다고 했습니다.
예수님의 수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그 말이 주는 충격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자들은 여러 생각이 들었겠지요.
‘이 말씀을 하신 뒤,’ 침묵의 시간이 여드레쯤, 흘렀습니다.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기도하러 산으로 올라 가셨습니다.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는 동안에 모습이 변했습니다.
변화산 사건입니다.
29절을 다른 성경으로 보겠습니다.
가톨릭성경에는 ‘얼굴모습이 달라지고 의복도 하얗게 번쩍였다.’
우리말성경에는 ‘하얗게 빛났습니다.’
새번역에는 ‘옷이 눈부시게 희어지고 빛이 났다.’
헬라어 원문에는 엑사스트립톤 - 광채가 나더라.
엑사 :밖으로, 스트립톤: 빛이 번쩍나다. 입니다.
예수님의 얼굴도 달라지고 옷도 하얗게 번쩍였고, 몸에서 빛이 발산되어 나오는 광채를 묘사합니다.
마태복음 17장 2절에 예수의 얼굴이 해같이 빛났다. 고 표현합니다.
따라서 변화산 사건은 마태복음, 마르코복음, 루가복음, 공관복음에 전부 나옵니다.
모두 얼굴모습이 달라졌고 광채가 났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세 복음서에 전부 기록된 일은 복음서에서 중요한 일로 봅니다.
2. 얼굴의 변화는 관계의 변화
성경에서 얼굴이 변화되는 것은 하느님과 관계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구약 출애굽기에서 모세는 시내산에서 하느님과 얼굴을 맞대고 사십주야를 지냅니다. 모세가 하느님과 대화하는 동안에 얼굴이 빛나게 된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산에서 내려온 모세를 보니 얼굴이 환하게 빛나고 있어서 모두들 두려워서 가까이 가지 못합니다.(출34:29-30)
하느님과 관계가 더 가까워지고 쉽게 말하자면 인간적인 것에서 차원이 달라졌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신약 사도행전(7장)에서 얼굴이 변화된 사람은 스테판이 있습니다.
성령의 지혜와 능력으로 복음을 전하는 스테반을 당해내지 못하자 유대인들이 체포하고 거짓증인을 세워서 모함할 때 사람들이 그를 보니 그의 얼굴이 천사와 같이 보였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얼굴이 변화되는 것은 하느님과 관계로 인한 변화입니다.
이처럼 1. 예수님 외모의 영광스런 변화는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것과 메시아라는 사실에 대한 확증입니다.
마르코복음에서는 ‘예수님의 옷이 세상의 어떤 마전장이도 그보다 더 희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고 눈부시게 빛났다.’(마르코 9:3)했습니다.
여기 나오는 ‘마전장이’는 염색하는 기술자, 또는 세탁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염색이나 세탁으로도 이렇듯이 하얗게 할 수 없는, 이 세상 차원에서는 불가능하다는 말입니다.
2. 그리고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났습니다.
모세는 구약 율법의 대표자입니다.
엘리야는 구약 예언자의 대표자입니다.
그리고 엘리야는 하늘로 올라가서 죽지 않은 사람으로 성경에서 말합니다.
모세도 그 시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 사람들은 일반 사람들과 다른 존재들입니다.
3. 35절에 구름 속에서 “이는 내 아들, 내가 택한 아들이니 그의 말을 들어라!”소리가 들렸습니다.
요단강에서 세례받고 물에서 나오실 때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소리가 들렸던 것과 비슷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이다, 이 소리가 하늘에서 들려옴으로 확인해줍니다.
3. 기도의 사람
여러분,
이런 일련의 신비하고 특별한 변화산 사건이 언제 일어났습니까?
예수님께서 기도하러 산으로 올라가셨을 때 이 일, 변화산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예수님은 늘 기도하셨습니다.
새벽에 기도하시고, 바쁘신 중에도 홀로 홀연히 사라져서 기도하시고,
제자들을 선택하시는 중요한 일에는 밤새워 기도하시고 결정하셨습니다.
십자가 수난받으시기 전 게세마네에서 기도하실 때는
얼마나 절박하고 간절하게 기도하셨는지 땀방울이 핏방울처럼 떨어질 정도로 처절하고 간절하게 기도하셨습니다.
그리스도는 기도하시는 분입니다. 때를 가리지 않고 기도하셨습니다.
모세와 엘리야도 기도하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 기도하러 산에 올라가서 기도하시는 중에 변화산 사건, 이 일이 일어났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모세와 엘리야가 얼마 후에 예루살렘에서 있게 되는 십자가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마 하늘에서는 모두가 십자가 지실 그리스도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4. 변치않는 한 가지, 기도
예수님과 함께 산에 올라온 세 제자는 예수님 기도하실 때 뭘 하고 있었습니까?
이 제자들은 잠에 곯아 떨어져 있었습니다.
게세마네에서도 세 제자를 데리고 가셨는데 피 땀 흘리시며 기도하실 때 거기서도 잠에 곯아떨어져 있었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많이 걸어다니며 활동을 많이 하셨던 것 같습니다.
무리를 지어서 다니다보니 잠 자리도 불편했겠지요.
먹는 것도 충분치 않았을 것이고 함께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여기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제자들이 앉으면 눈이 감기고 했나봅니다.
제자들도 기도하려고 앉아있다가 곧바로 잠이 쏟아지는 통에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제자들이 기도하러 가서 잠에 곯아 떨어지는 것을 보고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인간적인 나약함을 보면서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곤하여, 어쩌지 못하는 제자들을 보면서 한편으론 내 모습, 우리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교회다니시는 분들 가운데 기도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분은 안 계실겁니다.
예수님 믿기 시작해서 교회다니는 동안 늘 듣게 되는 것이 기도이고, 기도에 대한 부담일 것입니다.
기도가 뭡니까 하면, 하느님과 대화하는 것, 영혼의 호흡.
대표적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데 기도에 대해서 많이 들어도 안하게 되면 기도가 안됩니다.
기도를 안하게 되는 이유가운데 기도하는 것을 쉽게 여기고
언제든 마음 먹으면 기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함정입니다.
직접 시간을 내어서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교회들이 예전보다 기도에 대한 열정이나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과 최근 코로나로 인해서 그런 현상은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빠르니까 편리하고 많은 정보를 전달해주는 만큼
우리의 많은 부분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적인 생활에 대해서 그렇습니다.
많은 것들이 바뀌고 편리하게 대체하는 것들이 생겨났지만
바뀌지 않은 것이 있는데 그것은 기도입니다.
현대사회에서도 기도는 예전방식 그대로 해야 합니다.
대신 해줄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참 감사한 일입니다.
마음을 집중할 수 있는 자리에서 시간을 들여서 하느님을 향해서
마음 속에 있는 간절함, 염원을 소리를 내서, 또는 마음으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기도하면 할수록 하느님을 알아가고자 하는 갈망이 더 해집니다.
기도에 대해 갈망하시고 기도하시는 주교좌성당 공동체가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5. 기도로 하느님의 거룩한 빛을 입으라
여러분 말씀을 마무리합니다.
오늘 2독서인 베드로 후서의 말씀입니다.
“우리는 그분이 얼마나 위대한 분이신지를 우리의 눈으로 보았습니다. 17 그분은 분명히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영예와 영광을 받으셨습니다. 그것은 최고의 영광을 지니신 하느님께서 그 분을 가리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마태 17:5” 하고 말씀하시는 음성이 들려왔을 때의 일입니다. 18 우리는 그 거룩한 산에서 그분과 함께 있었으므로 하늘에서 들려오는 그 음성을 직접 들었습니다.”
베드로가 잠자다 깨어서 보고 들었을 그때는 뭐가 뭔지 잘 모르고
모세와 엘리야를 보고서 초막 셋을 지어 드리겠다고 엉뚱한 말을 했습니다.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고 한 소리입니다.
그후에 성령을 받고 정신을 차리고 정리해서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으로부터 영예와 영광을 받으신 하느님의 아들이시다.
그런 분을 만나 함께 생활하고 영광의 순간을 직접 보니 얼마나 영광스러운가,” 고백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변화하신 예수님을 기념하는 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기도하러 산에 가셔서 기도하시는 중에 변화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변화가 아니라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지금도 하느님 보좌 우편에서 그 모습으로 계실 것입니다.
예수님의 변모는 기도함으로 깨어있으라, 고 말씀하시는 기도의 초대입니다.
기도는 하느님의 영광 안에 들어가는 것이고, 하느님의 영광이 임하는 것이며, 하느님의 거룩한 임재를 불러오는 것입니다.
뿐만아니라 하느님의 거룩한 성품에 참여하도록 하느님을 열어보이시는 은혜의 통로이자 하느님과 동역하는 동역의 길입니다.
주교좌성당 교우여러분,
기도하시므로 은혜 안에 들어가시기를 바랍니다.
기도하시므로 하느님과 동역하시기를 바랍니다.
기도하시므로 하느님의 거룩한 빛에 비추임을 받아 우리 안에도 거룩함을 입으시길 바랍니다.
기도의 사람이 되시기를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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